매생이 / 정일근
다시 장가든다면 목포와 해남 사이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
뻘바다에서 매생이 따는 한겨울이 오면
장모의 백년손님으로 당당하게 찾아가
아침저녁 밥상에 오르는 매생이국을 먹으며
눈 나리는 겨울밤 뜨끈뜨끈하게 보내고 싶다.
파래 위에 김 잡히고 김 위에 매생이 잡히니
매생이를 먹고 자란 나의 아내는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여자일 것이니,
우리는 명주실이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해로할
것이다.
남쪽에서 매생이국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차가운 표정 속에 감추어진 뜨거운 진실과
그 진실 훌훌 소리내어 마시다 보면
영혼과 육체가 함께 뜨거워지는 것을,
아, 나의 아내도 그러할 것이다
뜨거워지면 엉켜 떨어지지 않는 매생이처럼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사랑할 것이다.
- (감상)- 박수호
'나도 다시 장가든다면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
아! 나도 그러고 싶다. 주방에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는 아내를
흘깃 바라보다 다시 시를 읽는다.
'뜨거워 지면 엉켜 떨어지지 않는 매생이처럼 우리 한 몸이 되어 사랑할 것이다.'
다시 아내를 흘깃 바라본다.
내 아내는 부드러움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아내는 그저 깔끔하고 명쾌하다고 해 두자.
그런데 나는 뜨거워지면 엉켜 떨어지지 않는 그런 여자가 좋다.
다시 한 번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무슨 할 얘기가 있어요?"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아니!"
나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아내가 다시할 일을 한다.나는 속으로
"뜨거워지면 엉켜 떨어지지않는 그런 여자를 아내로 갖는 그런 상상도 못 하나?"
아내에게 들리지않게 속으로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