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글자일까
윤중호 석자 뒤엔 아무래도 설다
'ㅈ'이 'ㄱ'에 가닿을 동안
길가엔 어허이 에하 상두소리 울리라는 걸까
산 모양의 저 '죽' 자 날망에는
고봉밥처럼 황토 붕봉만 외로우란 걸까
'ㅈ'과 ''사이 나지막한 비탈길
고통도 시름도 내려놓고
문지방 너머 가벼이 넋은 있으리
'주' 의 복관 웅덩이엔
차마 못다한 말들 썩어 고여 우울하리
우울하여 마침내 긴 주름 아득한 'ㅈ'이겠네
'주'와 'ㄱ' 사이 어느 고샅에
산동네 자취의 날들 있으리
떠나간 아버지와 삭발하는 여동생 있으리
눈물 훔치며 돌아나오던 옛동네도 숨어 있으리
그 고샅 끝에서 새 옷 갈아입고
쌀 세 알 물고
다락 같은 일주문 'ㄱ' 자 문턱에 덜컥 걸려 넘어지면
문득 저승이리
왈칵 쏟는 뜨거운 국솥같이 통곡 있으리
기어이 일어나버린 저 '죽' 자의 식은 정강이를 붙잡고
감꽃처럼 툭 떨어진 몸 허물 앞에서
어머니 우시리
그저 우시리
* 충북 영동 사람 윤중호는 2004년 가을 48세를 일기로 세상 떠났다.
아내와 아이 둘, 시집 3권을 남겼다.
감상 한마디 :
쌀 세 알 물고
고샅길에서 새 옷 갈아입고 가는 길인데
그저 우시는 어머니가
가슴이 칵, 메이도록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