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으로 이사한 옥상 텃밭
십여 년을 경작하던 텃밭을 아들과 아버지가 들어 땅으로 이사를 시켰다
위층에 개미가 침투하여 병원까지 갔다는데
어쩌겠는가
그간 하나 둘 모인 것이 옥상 반을 차지할 만큼 키웠으니 그럴 만도 했겠지
버린다 생각하고 내렸는데 오이 세 개 가지 여섯 개를 땄다
오이는 된장과 먹고 가지는 양파와 볶아먹었다
별다른 맛은 없었지만 주고받은 정 맛이나 좋았다
새봄이면 파란 잎을 올리고 살아있었음을 알리던 비비추 원추리 매발톱도 같이 이사를 시켰더니 나리만 빨갛게 다섯 송이 꽃을 피우고 원추리는 구례에서 온 것만 몽우리를 만들었다
호박도 처음으로 작은 모습을 달았다 호박이 되려면 아직 멀어 보이지만 그러나 소나무 그늘에 있으니 그리 목마르진 않으리라 보고 개미군단이 오르락거려도 병원 갈 아이가 없으니 조금은 자유롭다고 하겠다
외출을 나갈 때면 오래 보고 들어와서는 가끔 보는 텃밭 옥상만은 못하지만 오래도록 건강하게 열매 맺고 꽃도 피우면서 기쁨을
같이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늘 열려있는 밭이라 객이 온다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객들도 예쁘게만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럴 땐 땅이 있는 전원주택이 더욱 그립다.
끝으로 핀 한 송이 하늘나리
물을 못 먹은 하늘 나리는 빌빌꼬이면서 꽃망울 세 개를 달았는데
다른 것들은 죽어가는 실정이다.
원추리는 한 참 필것인데 이웃집 이사온 할머니가 만져 꽃보기어렵고
오이 고추가 달려 보기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