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속으로 간 쥐며느리
시작된 벽 타기, 동기가 무엇인지
욕실에서나 베란다 등에서 기어 다녀야 하는데
안방 벽을 오르다니
애초 목적이 시계는 아니었는지
벽시계 옆을 통과 천정으로 가다
천장과 벽 사이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앞으로 나가 위로, 뒤돌아 유턴
이미 지나쳤던 시계를 향해 급 하행
잠시 멈춰 섰다가 들어갔는데
나오지 않는다 거기가 목적지였던 것처럼
20분이 지나 1시간을 넘어가도 영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내려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영원히 궁금하려고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아직도 속에 있는지
있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발을 싹 오그려 접고 배를 하늘로 보이며 벌러덩 죽은 듯이,
앞 뒤 구분이 안 되는 몸체
머리와 꼬리를 맞잡아 공처럼 둥글리고 있는지,
시계와 벽 사위 껴 납작 끙끙거리고 있는지
아니면 말년을 맞으려 버둥거리고 있는지,
아침에 엄니가
욕실 바닥을 기던 쥐며느리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 문질렀는데
밤새 내려왔다가 변을 당하진 않았는지,
느릿느릿 들어간 시계 속
소심한 벌레가
몹시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