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옥순 시인 홈페이지

좋은 글

2014.08.22 13:08

통영 / 백석

조회 수 5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영 /백석

 

구마산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 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山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 이라는 이 같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앤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넷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이 두 번째로 통영을 방문하고 쓴 시 (1936년 1월 23일자 조선일보에 발표함) 백석 평전 101~102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 點描점묘 / 박용래 들국화 2015.07.23 89
67 청포도 / 이육사 들국화 2015.07.06 94
66 정호승 시인의 재미있는 동시 3편 들국화 2015.03.27 461
65 밤하늘 / 정호승 (아름다운 동시 3편) 들국화 2015.03.27 295
64 바다가 아프다 / 강동수 ( 솟대 시인) 들국화 2015.03.18 222
63 빨간 우체통 들국화 2015.03.04 206
62 쑥부쟁이 들국화 2015.02.02 131
61 세계적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조언 41개 들국화 2014.12.26 351
60 안부/ 김시천 file 들국화 2014.12.21 478
59 영 한 시집 "너의 꽃으로 남고 싶다" 53인 중 김민수의/ 빈 집 들국화 2014.11.29 31054
58 어떻게 첫행을 써야 하는가? / 박제천 (시인) 들국화 2014.10.02 459
57 낡은 의자 / 김기택 들국화 2014.09.11 397
56 담쟁이 / 도종환 들국화 2014.09.09 560
55 몇 가지의 시작법: 안도현 들국화 2014.09.03 527
» 통영 / 백석 들국화 2014.08.22 568
53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 고영민 들국화 2014.08.19 404
52 시애틀 추장의 연설 / 안도현(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240~246쪽에서) 들국화 2014.08.07 420
51 난 꽃이라오/ 양성수 들국화 2014.08.01 1066
50 제 130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시 부문, 건반 위의 여자/박선희 작품과 심사평 file 들국화 2014.07.16 826
49 없는 것을 발명하지 말고 있는 것을 발견하라 / 안도현 시인의 시 창작 노트 들국화 2014.07.05 7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