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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9 14:28

담쟁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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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 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
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들었습니다

최후를 생각하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한 세기는 저물고
세상을 다 태울 것 같던 열정도 재가 되고 구름 그림자만
저무는 육신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스러져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

동살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며 최후의 우리도 그렇게 저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간이기를,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하늘 위에 마지막 순간까지
맨몸으로도 찬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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